일본의 전통적인 음식문화였던 스시에
치즈 등 서양의 재료가 들어간 캘리포니안롤,
그리고 가장 순수한 알콜인 보드카와
타바스코소스, 토마토쥬스가 융합된 칵테일 블러디메리...
이렇듯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재료의 융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새로운 식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초가 되어 주었다.
음악에서도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않은 재료를 융합해
그 전까지는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의 맛을 보여준
선구자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현된 "맨체스터 사운드"의
중심에선 Stone Roses라는 밴드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스톤로지즈의 탄생지인 맨체스터는
펑크밴드인 Buzzcocks의 홈그라운드인 동시에
기타중심의 락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신스팝밴드 New Order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80년대 중후반 당시 맨체스터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밤 새 춤추며 즐기는 클러빙(Clubing)에 빠져있었으며
헤비메탈 류의 마초적인 락음악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애시드하우스의 비트에 몸을 실었으며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을 클럽에서 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중심에서 맨체스터의 새로운 밴드 스톤로지즈는
영국의 음악적 원류인 락음악과 동시대의 새로운 흐름인
댄스비트를 결합한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즉 기타중심이며 보컬, 베이스, 드럼의 체제인 락밴드 구성이되
비트와 리듬은 댄스음악의 요소를 적극 수용해
마초적인 락음악의 반대체제인 댄서블하고 모던한 음악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맨체스터의 젊음들은 하시엔다(Hacienda)클럽 같은
수많은 댄스클럽에서 락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영국 맨체스터의 클럽문화는 마초적인 락의 연주 중심인
미국의 클럽과는 다른 춤추며 음악을 듣는 새로운 클럽문화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당시 언론은 클럽에서 미친듯 열광하는 젊음들이 모인 맨체스터를
"미친 맨체스터"란 의미로 "매드체스터(Madchester)"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 새로운 사운드는 맨체스터에서 발현되었다는 의미의
"맨체스터 사운드" 라고 불리게 된다.
맨체스터 사운드는 기존의 남성적 락과는 달리
힘을 빼고 유연하게 춤추듯 즐기는 음악이었기에
이들이 즐겨입던 헐렁한 패션인 "배기핏(Baggy Fit)"을 빗대어
이들이 활동하던 씬을 "배기씬"이라 부르기도 한다.
당시 동시대 맨체스터의 음악씬에는 이들과 같이
댄스비트를 차용한 "맨체스터사운드"의 일원들이 있었는데
키보드싸운드의 싸이키델릭함을 앞세운 샬라탄스UK(charlatans UK),
애시드하우스 사운드를 좀 더 전면에 앞세운
해피먼데이스(Happy Mondays)와
댄스그룹으로 구분되는 808스테이트(808 State)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락보다는 싸이키델릭이나 댄스 쪽의 성향이 좀 더 짙었고
스톤로지즈의 사운드는 좀 더 기타 중심의 락의 방향에서
음악을 생산해 내었던 "댄스비트를 차용한 락밴드"의 체제였다.
즉 맨체스터 사운드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브릿팝과 모던락 계열의
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스톤로지즈의 음악이었다는 이야기다.
스톤로지즈의 쟝르 융합적이고 탈권위주의, 마초에 반대하는 음악적 태도가
바로 브릿팝과 모던락의 애티튜드(Attitude)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게다가 존스콰이어(John Squire)의 기타 연주는
The Smiths의 쟈니마의 연주와 함께
모던락 기타 사운드의 근간을 이루며,
보컬리스트 이언브라운(Ian Brown)의
힘을 뺀 새로운 창법도 브릿팝 밴드들의 카피대상 1순위 였다.
1989년 발표된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The Stone Roses"는
이러한 음악적 실험의 대성공을 알리는 뛰어난 음반이었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댄스리듬에
쟁글쟁글하고 환각적인 존스콰이어의 기타가 만들어나가는 곡 구성,
그리고 기존의 락 어법과는 확연히 다른 힘을 뺀 목소리의
이언 브라운의 보컬은 맨체스터와
전 영국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싸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와 포크적인 사운드가 공존하는 가운데
이언브라운의 팝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made of Stone"과
맨체스터 사운드의 정점이자 스톤로지즈 사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 곡인 "Elephant Stone"은 앨범 중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며
슬로우 템포이면서도 댄스적 리듬감을 잃지않는
"Bye Bye Badman"은 락과 댄서블함의 결합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이 외에도 이들의 뛰어난 팝적인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
"(Song for My) Sugar Spun Sister"와
흥겨운 리듬과 기타 중심 락사운드의 결합인
"I Am the Resurrection"
싸이키델릭한 기타사운드가 곡을 지배하는
"I Wanna Be Adored"는 이 음반이 왜 명반으로
칭송 받는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이다.
본작 발표 후 스톤로지즈는 소속음반사인 실버톤과의 불화로
오랜기간 활동을 중단했으며
소속사를 옮긴 뒤 발매한 두번째 앨범은
이언브라운과 존스콰이어의 공동작업이 아닌
기타리스트 존스콰이어의 주도로 만들어져
기타 중심의 얼터너티브 사이키델릭 락음반으로 완성되었다.
뛰어난 음반이었지만 변화된 음악성으로 큰 반응이 없던 두번째 음반 이후
보컬리스트 이언브라운은 맨체스터 사운드만의 유산인
팝적 감각과 댄서블한 리듬의 음악을 모색하며 솔로로 나서게 되었고
베이시스트 매니는 역시 댄스음악의 얼터너티브 체제인 프라이멀 스크림으로,
존스콰이어는 자신이 해온 음반의 디자인 작업과 회화처럼
싸이키델릭하고 "선(Zen)"적인 요소를 실험할 새로운 밴드
시호시즈를 꾸리게 되어 스톤로지즈는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스톤로지즈의 앨범 "The Stone Roses"는
새로운 시대의 정신과 흐름, 그리고 이질적인 음악요소를
절묘한 음악적 실험으로 감행하여 자신들의 음악에 맞게 수용해
동시대의 젊음과 함께 호흡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남긴 채
현재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 음반으로 남아있다.
거칠고 전형적이던 락음악이 가죽바지를 벗고
편안하고 헐렁한 옷을 입고 춤을 출 줄 누가 알았던가,
샤우팅 창법으로 초절정 기교를 뽐내던 락음악이
목에 힘을 빼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흥얼거릴 줄 누가 알았던가.
시대의 흐름이 원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젊은이가 만들어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스톤로지즈가 해주었던 것이다.
그들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스톤로지즈의 음악적 칵테일은
모던락으로, 브릿팝으로 진화되어
아직도 우리 곁에 새로운 밴드와
새로운 음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름은 다르고
그 맛은 다른
새로운 칵테일이지만 말이다.
- Popist Wooseok